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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 신사의 석등과 ‘지워진 문장’

가나가와현의 오래된 신사. 일본 여고생 아키라는 학교 과제로 신사를 조사하러 왔다.

평범한 하루였다. 그녀가 석등에 손을 올리기 전까지는.

석등은 갑자기 붉게 빛났다. 아키라는 놀라 손을 빼려 했지만, 문양이 손바닥을 붙잡듯 빛을 내며 따라왔다.

문양 아래에는 희미한 글귀가 있었다.

 

“삼종의 신맥을 이은 자만이 이 길을 열 수 있으리…”

 

그 아래 문장은 닳아 지워져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부분만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아키…”

 

아키라는 숨을 멎었다.

 

“아키…? 내 이름이… 여기에 있을 리가 없잖아…”

 

그 순간— 석등이 폭발하듯 빛을 내며 세상이 뒤집혔다.

🌲 1) 조선의 숲에서 눈을 뜨다

눈을 뜬 순간, 아키라는 차가운 흙바닥의 감촉에 몸을 움찔했다.

  • 스마트폰은 먹통
  • 주변은 한복을 입은 사람들
  • 말발굽 소리
  • 그리고… 조선어가 들린다
  • “잠깐… 나 한국어 배운 적 없는데…”

그러나 놀랄 틈도 없이 조선 병사들이 그녀를 둘러쌌다.

 

“왜색이다! 간자다!” “노산군을 노린 첩자일지도 모른다!”

 

아키라는 공포에 질려 외쳤다.

 

“잠깐! 나 스파이 아니야! 난 그냥—!”

 

그러나 병사들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

 

“입 다물어라!”

 

아키라는 끌려갔다.

🏞️ 2) 청령포 — 폐주가 갇힌 곳

병사들은 아키라를 강가의 외딴 초가에 던졌다.

 

“폐주 노산군을 노린 간자일지도 모른다.” “저 왜색 계집을 전하 곁에 두고 감시하라.”

 

“전하? 하! 이제 전하가 아니라 죄인이지.”

 

아키라는 그 말의 의미를 몰랐다. 하지만 병사들의 태도는 분명했다.

이곳에 갇힌 소년은 왕이지만, 아무도 그를 왕으로 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안에 한 소년이 앉아 있었다.

👑 3) 폐주 단종과 일본 여고생 — 최악의 첫 만남

소년은 허름한 도포를 입고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그는 아키라를 보자마자 말했다.

 

“또 간자를 보냈느냐. 이번엔 왜색이군.”

 

아키라는 분노와 공포가 뒤섞여 외쳤다.

 

간자? 난 그냥— 잠깐, 나 지금 한국어 하고 있어…?”

 

소년은 비웃었다.

 

“연기까지 하는군. 조선 말을 모르는 척하려 했겠지.”

 

아키라는 더 화가 났다.

 

“너 뭐야? 왜 이렇게 버릇없어?”

 

소년의 눈빛이 차갑게 흔들렸다.

 

“네가 감히… 나에게 그런 말을?”

 

아키라는 팔짱을 끼고 맞섰다.

 

“그래! 지금 엄청 무례하거든?”

 

소년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나는… 조선의 왕이다...

 

아키라는 멍해졌다.

 

“…왕이라고?”

 

소년은 씁쓸하게 웃었다.

 

아니...“지금은 폐주다. 노산군이라 불린다.”

 

둘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서로를 경계했다.

🍶 4) 강제로 같은 방 — 항의, 굴욕, 조롱

병사들이 초가 안으로 들어왔다.

 

“둘 다 이 방에서 지내라. 감시하기도 좋고, 너희들도 서로 말동무하면 심심하지는 안겠지.”

 

아키라는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잠깐! 나보고 이 남자애랑 같은 방에서 자라고?! 말도 안 돼! 난 학생이라고!”

 

병사들은 폭소했다.

 

“하하! 왜색 계집이 부끄러움은 아는구나!” “걱정 마라, 폐주가 너 같은 걸 건드릴 리 없지!”

 

아키라는 얼굴이 붉어지며 소리쳤다.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난 그냥… 돌아가고 싶어!”

 

그때 단종이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표정은 굴욕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감히… 나에게 근본도 모르는 자와 한 방을 쓰라 말하는 것이냐.”

 

병사들은 비웃었다.

 

“폐주가 아직도 지가 왕인 줄 아나 보지?” “네 처지가 어떤지 아직도 모르겠느냐, 노산군?” 아니 전하라 불러 주랴.

 

단종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분명 화가 나 있었지만, 지금의 그는 명령할 권한도, 거부할 힘도 없었다.

아키라는 단종을 보며 외쳤다.

 

“나도 싫어! 나도 여기 오고 싶어서 온 게 아니야!”

 

병사들은 문을 닫으며 말했다.

 

“잘 지내 보시지, 폐주와 왜색 계집.”

 

문이 쾅 하고 닫히자 초가 안은 깊은 침묵에 잠겼다.

🌫️ 5) 같은 방에서의 첫날 — 불편함과 긴장

아키라는 벽 쪽으로 바짝 물러났다. 단종은 반대편에 앉아 있었다.

둘 사이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긴장감이 흘렀다.

아키라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 진짜 아무것도 몰라. 왜 여기 있는지도 모르겠고…”

 

단종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나 또한 원해서 이곳에 있는것이 아니다. ”

 

너를 원한적도 없고.

 

아키라는 단종을 노려보았다.

 

“그럼 서로 마찬가지네.”

 

단종은 잠시 침묵하다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마찬가지다.”

 

 그렇게 왕과 여고생은 강제로 같은 방에서 첫날밤 아닌 첫날밤을 보냈다.

⚡ 6) 교화(敎化) — 폐주라 조롱하던 병사, 무릎을 꿇다

다음 날 밤. 문이 벌컥 열렸다.

술 냄새가 나는 병사 하나가 들어왔다.

 

“폐주, 오늘은—”뭐하...시나....

 

그 병사는 단종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 병사의 표정이 굳었다.

단종의 눈빛은 어린 소년의 눈이 아니었다.

투명하고 깊고, 마치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한 제왕의 눈빛

그건 성군이라 칭송받던 세종의 눈빛이었다.

병사는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전하…!” 소인이.......

 

밖에서 다른 병사들이 뛰어왔다.

 

“야! 너 미쳤나?” “폐주에게 무릎을 꿇어?” “정신 차려!”

 

그러나 무릎 꿇은 병사는 떨며 말했다.

 

“전하의 눈이… 하늘을 보는 듯하여…”

 

아키라는 단종을 바라보았다.

 

“방금… 뭐야…?”

 

단종은 조용히 말했다.

 

“교화(敎化). 삼종의 신맥의 능력중 하나다.”

🌕 7) 달빛 아래 드러난 진실 — 은백색의 신맥

그날 밤, 구름이 걷히며 만월의 달빛이 초가 안으로 스며들었다.

아키라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단종은 숨을 멎었다.

달빛이 그녀의 머리카락에 닿자 검은 머리카락이 은백색으로 찬연하게 빛났다.

단종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머리… 설마…”

 

단종은 천천히 갓을 벗었다. 그의 머리카락도 달빛 아래서 눈부신 은백색으로 변했다.

아키라는 말을 잃었다.

⭐ 8) 삼종의 신맥 — 왕가의 비밀

단종은 조용히 말했다.

 

“삼종의 신맥… 나 외에도… 살아 있었다는 말인가…”

 

아키라는 속삭였다.

 

“삼종의… 신맥…?”

 

단종은 설명했다.

 

“태조의 신성은 인간을 뛰어넘는 신력, 신궁(神弓)이라 불렸던 초월적 힘이었다. 방석은 미래의 흐름을 읽는 예지력의 맥을 이었고, 세종은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교화력과 모든 생명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의 힘을 지녔다.

그 세 가지 신맥이… 네 안에서 깨어나고 있다.”

 

아키라는 숨을 삼켰다.

 

“그럼… 나는…”

 

단종은 말했다.

 

“너는… 나의 마지막 동류이며 이유는 알수 없으나

 

나와 같은 삼종의 신맥을 잇는자다...

 

🔥 9) 1화 엔딩 — “이곳을 떠나야 한다”

달빛이 사라지기 직전, 단종은 아키라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아키라. 너와 나는… 이곳을 떠나야 한다.”

 

아키라는 숨을 삼켰다.

초가 밖에서는 병사들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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