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자의 첫 인상 – 교복을 입은 아르바이트
일본 여행 중, 편의점 계산대에 서 있는 교복 차림의 여고생을 마주했다.
왜 교복이지?
처음엔 놀랐지만
아마 아르바이트에 늦어서 옷을 갈아입을 시간이 없었던 모양이라고 이해했다.
처음엔 “귀엽다”는 감상이 떠올랐지만, 곧 “왜 이렇게 어린 나이에 일을 하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한국에서는 고등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 풍경이 낯설지 않다. 오히려 자연스럽다.

아르바이트 데뷔 – 일본 청소년의 사회 진입
일본에서는 고등학생의 약 30%가 아르바이트를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다.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르바이트 데뷔’를 하는 경우도 흔하며,
이 단어 자체가 일본 사회에서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잡고 있다.
“사회 경험”, “자립심”, “성장”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덧붙여지며
학생 본인도, 부모도, 학교도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실제로 2024년 일본 후생노동성 발표에 따르면,
후쿠오카현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 중 취업을 희망한 인원은 5,556명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고,
이들을 위한 기업의 구인 건수는 19,287건에 달했다.
이는 유효구인배율 3.47배로, 같은 해 대졸 취업자 평균 구인배율(1.71배)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즉, 일본 사회는 고등학생을 노동 인력으로 적극 수용하고 있으며,
학생들 역시 이를 자연스러운 성장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전문 아르바이트 사이트의 존재 – 여고생을 위한 구조적 지원
일본에서는 고등학생 아르바이트가 일상화되면서,
청소년 전용 아르바이트 플랫폼도 등장했다.
예를 들어 バイトル, マイナビバイト, タウンワーク 등은
‘고등학생 환영’ 태그나 전용 필터를 통해
나이와 학교 규정에 맞는 일자리를 선별할 수 있게 한다.
이는 단순한 구인 정보가 아니라,
일본 사회가 청소년 노동을 어떻게 구조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아르바이트는 생계 수단이자,
사회 진입을 위한 준비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구조일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고등학생이 아르바이트를 찾는 것이
하나의 ‘진로 탐색’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제적 배경 – 자립이라는 이름의 생존
하지만 이 현상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면이 있다.
일본의 장기적인 경제 침체는 부모 세대의 경제력 약화로 이어졌고,
그 부담은 자연스럽게 자녀에게 전가되었다.
“성장하면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한다”는 일본 특유의 문화는
학생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용돈, 휴대전화 요금, 미용실 비용 등은
스스로 벌어서 해결하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문화적 차이 – 한국과 일본의 인식 비교
한국에서는 “학생은 공부에 집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고등학생의 아르바이트 비율은 1%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학생도 사회의 일원”이라는 인식이 더 강하다.
이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자립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연결된 문화적 코드다.

여고생의 감정 – 설렘과 피로 사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여고생은 처음엔 설렘을 느낀다.
“나도 이제 어른이야.” “내 힘으로 돈을 벌었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설렘은 피로로 바뀐다.
학교 수업, 부활동, 시험 준비, 그리고 아르바이트까지.
하루 16시간을 움직이는 청춘에게
‘자립’은 때로 ‘고립’처럼 느껴진다.
부모 세대의 침묵 – 응원 속의 고백
일본의 부모들은 자녀의 아르바이트를 말리지 않는다.
“사회 경험이니까”라며 응원하지만,
그 말 속엔 “더는 충분히 지원할 수 없다”는 조용한 고백이 숨어 있다.

아버지는 퇴근 후 부업을 뛰고,
어머니는 가사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한다.
하지만 형편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2023년 기준, 65세 이상 취업자는 914만 명.
고령층도 생계를 위해 일하고 있다.
여고생의 아르바이트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생존 전략이 되어가고 있다.
풍경의 이면 – 여행자의 마지막 시선

일본의 청춘은,
웃으며 버티는 법을 일찍 배운다.
그날 , 숙소로 돌아가는 길.
다시 마주친 아르바이트 여고생은
그 여고생은 친구들과 웃으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할 때와는 전혀 다른,
여고생으로서의 생기발랄한 매력이
그녀에게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멈춰 섰다.
그 어깨 너머로 느껴진
묵직한 삶의 무게는
내 착각이었을까?
아니면 그녀가 잠시 내려놓은 고달픈 속마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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