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고생

일본 여행 중 생긴 일 — 앙큼함과 천진난만함의 사이, 일본 여고생은 주목 받고 싶다

꿈을 꾸는 지렁이 2025. 10. 23. 08:00

 

일본 여행중 시선이 끌린 순간


일본 여행 중, 분주하게 길거리를 걷고있는 여고생 한 명과 마주쳤다.
짧은 교복 치마, 무거운 가방, 조심스레 치마를 정리하는 손동작.
순간적으로 시선이 갔고,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느낌은 내가 아는 ‘색시함’과는 달랐다.
퇴폐적이지도 않고, 유혹적이지도 않은
건전한 건강미와 젊음에서 오는 풋풋함이라고 할까...

외국인의 오해: 성적 어필로 해석되는 순간


외국인으로서 나는 그 순간을
자국의 성적 문화 프레임으로 그녀를 해석하고 있었다.
짧은 치마, 조심스러운 손끝, 무표정한 얼굴 속의 긴장감—
이 모든 것을 마치 그녀가 노골적으로 색기를 발산하고 있다는 듯 인식했다.
하지만 그건 오해였다.
그녀는 유혹하려는 게 아니라,
그저 ‘예쁘게 보이고 싶다’는 감정을 조심스럽게 표현하고 있었을 뿐이다.


‘もてたい’라는 감정 언어와 문화


일본에는 ‘もてる’( 모테루 )라는 말이 있다.
한국어로는 ‘인기가 있다’는 뜻이지만,
그 뉘앙스는 단순한 인기와는 다르다.
‘もてたい’—즉, 이성에게 인기 있고 싶다는 감정은
연애 감정이나 성적 어필을 넘어서,
자신이 누군가의 시선 속에 존재하고 있다는 감각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다. 
이 감정은 일본 사회에서 비교적 솔직하게 표현된다.
여고생들은 “모테루하고 싶다”는 말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 말은 자신을 꾸미고, 예쁘게 보이고 싶다는 자기 표현의 일부다.
그리고 그 표현은 교복, 헤어스타일, 손끝의 움직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모테루 문화’는 단순히 이성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자신이 ‘보이는 존재’로 인정받고 싶은 감정의 구조다.
그 속에는 경쟁도, 유혹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여성으로서의 자기 존재를 확인받고 싶은 순수함이 있다.


‘色気が出た’(이로께가테따)와 ‘색시하다’ 사이의 문화적 간극


일본에서는 여자아이가 사춘기를 지나며
표정, 자세, 말투, 손끝의 움직임에 색기(色気)가 묻어나기 시작하면
부모나 친지들이 “色気が出たね”라고 말하며
그녀의 성장을 기쁘게 받아들인다.
그 말은 성적인 뉘앙스가 아니며
아이의 변화와 자람을 축복하는 표현이다.
색기는 성적 어필이 아니라,
여성스러움과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드러나기 시작한 징후로 여겨진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이 표현이 오해를 낳는다.
같은 상황을 한국이나 서구권에서 보면,
‘색기’라는 단어는 성적 매력, 유혹, 퇴폐성으로 연결되기 쉽다.
특히 한국어에서 ‘색시하다’라는 표현은
성적 매력을 평가하는 말로 받아들여지며,
가족 내에서 사용되면 금기나 불쾌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버지가 딸을 보고 ‘색시하다’라고 말한다면,
그건 문화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표현이다.


시선의 윤리와 감정의 경계


우리는 언어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지만,
그 언어가 속한 문화는
그 언어가 나타내는 의미를 축복으로도, 금기로도 바꿔버릴 수 있다.
‘色気が出た’라는 말은,
일본 여고생의 성장에 대한 따뜻한 시선일 수 있지만,
외국인의 눈에는
일본인과 자신의 문화적 경계를 되묻는 순간이 된다.
나는 그녀가 색기를 발산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그녀는 자신이 여성으로서 존재감과 매력을 
누군가의 시선 속에서 확인받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그녀는 유혹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모테루 존재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