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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 오래 살다 보면 마쯔리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람들은 보통 마쯔리라고 하면 화려한 불꽃놀이를 떠올린다.

또는 다코야키와 야키소바, 솜사탕 같은 노점 음식들을 생각할 것이다.

물론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일본의 마쯔리를 수없이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 불꽃놀이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이 생긴다.

바로 노점상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나의 경우 유독 눈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양키처럼 보이는 일본 여고생들 말이다.

⭐ 마쯔리에 가면 항상 보이는 이상한 조합

일본의 마쯔리에 가보면 재미있는 풍경이 있다.

다코야키를 굽는 아저씨.

야키소바를 볶는 형님.

맥주를 따르는 누님.

그리고 그 옆에서 손님을 부르는 일본 여고생.

그런데 문제는 적어도 내 눈에는 이 여고생들이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긴 속눈썹.

유난히 밝은 금발이나 보라색 머리.

짧은 반바지.

성인 여성처럼 진한 화장.

그리고 특유의 어른스러운 말투.

일본에서 오래 살다 보면 양키 계열 학생들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쉽게 구분된다.

물론 내가 본 학생들이 모두 실제 양키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일본에서 흔히 말하는 양키 문화의 특징을 가진 학생들이 적지 않게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마쯔리에 갈 때마다 같은 의문을 품었다.

 

저 아이들은 누구일까?

⭐ 나는 처음에 야쿠자를 의심했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걱정되기도 했다.

일본에서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마쯔리 노점상은 야쿠자와 관련이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일부 마쯔리 노점상과 조직폭력배의 관계가 사회문제가 되어 온 적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별의별 상상을 다 했다.

혹시 억지로 나온 것은 아닐까.

혹시 이용당하는 것은 아닐까.

혹시 위험한 일에 휘말린 것은 아닐까.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한국적인 상상이었던 것 같다.

⭐ 우연히 알게 된 진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마쯔리 운영 관계자들과 친분이 생겼다.

그래서 오랫동안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질문을 던졌다.

 

"저 여고생들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그러자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대부분 선후배 관계예요."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의외의 세계가 있었다.

예전에 같은 학교를 다녔던 선배가 노점을 운영하고,

후배들이 그곳을 도와주러 나온다는 것이다.

일본 특유의 선후배 문화가 마쯔리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던 셈이다.

물론 어떤 관계자는 조용히 이런 이야기도 덧붙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금도 조직폭력배와 연결된 하부 조직이 젊은 사람들을 동원한다는 소문도 있다고.

하지만 적어도 내가 직접 보고 들은 대부분의 경우는 훨씬 평범한 이야기였다.

동네와 학교 선후배들의 네트워크.

그것이 내가 본 마쯔리의 실체에 더 가까웠다.

⭐ 그런데 왜 하필 이런 여고생들이 많을까

여기서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겼다.

왜 모범생처럼 보이는 학생들보다 이런 학생들이 더 눈에 띄는 것일까.

이 질문의 답은 마쯔리가 가진 본래 성격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에서 축제는 행사에 가깝다.

하지만 일본의 마쯔리는 원래 지역공동체 그 자체였다.

민속학자 미야모토 츠네이치는 일본의 마쯔리를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을 연결하는 공동체의 장으로 설명했다. (宮本常一 · 『都市の祭と民俗』)

실제로 마쯔리에는 신사와 상인회, 청년단, 소방단, 지역 유지들이 모두 참가한다.

즉 마쯔리는 학교 중심 공간이 아니다.

회사 중심 공간도 아니다.

철저하게 "동네" 중심 공간이다.

⭐ 학교보다 동네가 더 중요한 아이들

생각해 보면 내가 본 그 여고생들도 그런 맥락 속에 있었는지 모른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에게는 학교가 가장 중요한 무대다.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 목표가 된다.

하지만 양키 문화와 가까운 청소년들은 조금 다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종종 학교 성적이 아니다.

선배.

후배.

친구.

동네.

지역 인맥이다.

일본의 양키 문화를 연구한 사회학자 난바 고지는 양키 문화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로 강한 "지모토(地元) 의식"을 꼽는다. 즉 전국적인 성공보다 자신이 속한 지역과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難波功士 · 『ヤンキー進化論』 · 2009)

그러고 보니 마쯔리는 그런 청소년들에게 완벽한 공간이다.

학교도 아니다.

회사도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의 사람들과 가장 강하게 연결될 수 있는 장소다.

⭐ 평소에는 조연인 사람들이 주연이 되는 밤

마쯔리를 보며 내가 가장 흥미롭게 느낀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학교에서는 성적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사회에서는 학력과 직장이 중요하다.

하지만 마쯔리는 그런 공간이 아니다.

그날 밤만큼은

누가 명문대에 갔는지 중요하지 않다.

누가 좋은 회사에 다니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누가 영어를 잘하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대신 중요한 것은 사람들과의 관계다.

얼마나 동네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가.

얼마나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가.

얼마나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가.

이런 것들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것은 양키 문화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상당히 닮아 있다.

⭐ 일본 사회의 B면에 살던 사람들의 무대

물론 모든 양키가 사회적 약자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모든 양키가 불행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일본 사회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모범생 코스"와는 거리가 있다.

좋은 학교.

좋은 대학.

좋은 회사.

이런 길은 대체로 다른 학생들이 차지한다.

그렇다면 양키 문화에 속한 청소년들은 어디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을까.

나는 마쯔리가 그 답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평소에는 학교에서 문제아로 불리던 아이도,

동네 형을 따라 노점을 도우러 나온 여고생도,

그날 밤만큼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다.

노점의 얼굴이 되고,

손님을 부르고,

아이들에게 풍선을 나누어 주고,

마쯔리를 움직이는 구성원이 된다.

어쩌면 마쯔리는 평소에는 조연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이 잠시 주연이 될 수 있는 무대인지도 모른다.

⭐ 그래서 양키 일본 여고생은 마쯔리에 목숨을 거는 걸까

처음에는 단순히 아르바이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돈도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마쯔리 날이 되면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난다.

졸업한 선배.

오래전 친구.

동네 형님들.

청년단 사람들.

지역 상인들.

마치 잊혀졌던 공동체 전체가 하루 동안 다시 살아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양키 여고생들은 단순한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한 구성원이다.

그래서 그들은 늦은 밤까지 노점을 지키고,

마쯔리가 끝나면 다음 마쯔리를 기다린다.

⭐ 결론

나는 아직도 마쯔리에 가면 불꽃놀이보다 사람을 더 많이 본다.

다코야키를 뒤집는 아저씨.

맥주를 따르는 형님.

그리고 웃으며 손님을 부르는 일본 여고생.

처음에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혹시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 위험한 일에 휘말린 것은 아닐까.

별의별 상상을 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어쩌면 그들은 일본의 오래된 공동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인지도 모른다.

패전 이후 일본은 변했다.

경제도 변했다.

청소년 문화도 변했다.

하지만 마쯔리만큼은 아직도 지역 사람들을 하나로 묶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무대 위에서는 평소에 주목받지 못하던 사람들도 빛날 수 있다.

어쩌면 내가 본 양키 일본 여고생들은 단순한 노점상 아르바이트생이 아니었다.

일본 사회의 B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잠시나마 주연이 될 수 있는 무대 위에 서 있었던 것인지 모른다.

나는 오늘도 다코야키를 먹으며 생각한다.

 

"저 여고생은 왜 여기 있을까?"

 

그리고 늘 그렇듯 불꽃놀이는 제대로 보지 못한다.

쓸데없는 궁금증이 너무 많아서.

참고 자료

  • 宮本常一, 『都市の祭と民俗』
  • 宮本常一, 『日本の祭り』
  • 難波功士, 『ヤンキー進化論』, 2009
  • 知念渉, 『〈ヤンチャな子ら〉のエスノグラフィー』, 2018
  • 日本家族社会学会誌 서평,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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