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색이 너무 강한 일본 여고생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취재 중, 거리에서 만난 진짜 오사카
2025년 봄, 오사카에서 열리고 있는 **만국박람회(EXPO 2025)**를 취재하러 왔다.
공식 일정은 이틀. 기후 변화, 미래 도시, 지속 가능성…
거대한 전시관과 로봇 안내원, 세계 각국의 기술과 비전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였다.
하지만 나는 늘 그렇듯,
**공식 일정이 끝난 뒤의 ‘비공식 오사카’**가 더 궁금했다.
전시관 밖의 거리, 사람들, 말투, 간판, 오사카 특유의 먹거리 그리고 특유의 냄새....
출장을 다니다 보면 도시마다 공기와 샹활 리듬이 사뭇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된다.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삿포로…
같은 나라, 같은 언어지만 사람들의 말투와 표정, 거리의 속도는 전혀 다르다.
하지만 특히 그 지역색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존재가 있다.
바로 일본 여고생이다.
어른들은 살아가며 점점 비슷해진다. 회사 문화, 사회적 역할, 타인의 시선 속에서 둥글게 깎인다.
하지만 여고생들은 다르다.
그들은 지역의 감성과 말투, 기질을 가장 적나라하게 그대로 품고 있는 존재다.
“아저씨~ 이거 오사카 한정이에요~”
점심 무렵, 전철안에서 핸드폰으로 스케줄을 확인하고 있는 나에게 누군가 옆에서 툭, 말을 걸었다.

“아저씨~ 이거 오사카 한정이에요. 몰랐죠?”
사탕 하나를 내밀며 웃는 여고생이었다.
그녀는 교복을 입고 있었다.
짧게 접은 스커트, 발목까지 내려오는 루즈삭스, 밝은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
오사카 여고생 특유의 스타일이었다.
도쿄 여고생이 단정하고 세련된 분위기라면,
오사카 여고생은 조금 더 튀고, 자유롭고, 거리감 없는 느낌이 강하다.
말투도 확실히 달랐다.
“오오기니~” “난데야넨~” 같은 간사이벤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오고,
말 끝에 **“야~” “야넨~”**이 붙는 게 특징이다.
“저 한국 사람 좋아해요.
K-POP 완전 좋아하고…
아저씨 스타일 완전 제 취향이에요~”
나는 순간 얼어붙었다. 너무 노골적이고, 나이에 맞지 않는 능글거림.
하지만 그 말투가 너무 오사카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다코야끼 안 먹고 오사카 왔다고 하지 마세요~”
그녀는 사탕을 건네고도 모자라 근처 다코야끼 가게를 강하게 추천했다.
“여기 진짜 명물이에요.
진짜 맛있어요. 꼭 가봐야 돼요.
오사카에 다코야끼 전문점 얼마나 많은 줄 알아요?”
그중에서 넘버원이에요.

실제로 오사카에는 수백 개의 다코야끼 전문점이 있다.
특히 도톤보리·난바 지역만 해도 100곳 이상이 밀집해 있다.
길을 걷다 보면 골목마다 타코야끼 굽는 냄새가 퍼지고, 줄 서 있는 가게도 흔하다.
나는 반신반의했다. 관광객을 상대로 한 추천일 수도 있고, 그저 장난기 섞인 말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말투와 표정이 자꾸 떠올라 결국 발걸음을 옮겼다.
도톤보리 중심가에 있는 ‘아카오니(赤鬼)’라는 가게. 붉은 간판과 문어 캐릭터가 눈에 띄는 노점이었다.
줄은 길지 않았지만, 문어 굽는 냄새가 강하게 퍼지고 있었다.
오사카 여고생의 특징
• 말투: “야넨~”, “오오기니~” 같은 간사이벤
• 성격: 거리감 없음, 장난기 많고 능글맞음
• 패션: 루즈삭스, 염색 머리, 교복 위에 후드나 셔츠
• 행동: 먼저 말 걸기, 추천 강요, 잔소리도 능청스럽게

다코야끼를 먹는 샐러리맨
도톤보리 아카오니에서 내가 들어간 곳은 **도톤보리의 명물 ‘아카오니(赤鬼)’**였다.
오사카에서 가장 유명한 다코야끼 전문점 중 하나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 맛집이다.
내 옆에서 다코채끼를 먹던 일본 여고생(오사카)들이
익숙하지 않아 어쩡정하게 우물주물하고 있는 나한테 메뉴를 설멸해 주었다.
역시 오사카 여고생은 활력이 넘친다.
“아저씨~ 이건 간장 소스, 이건 마요네즈 추가~ 이건 치즈 들어간 거예요. 이건 진짜 맛있어요!”
가까스로 주문을 끝내고 내가 주문한 다코야끼가 눈앞에
김이 모락모락...
생문어를 사용하고,
따뜻한 스프와 함께 제공되는 다코야끼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워,
한 입 베어물자마자 입 안에서 문어의 탄력이 퍼졌다.
문어가 탱글했고, 겉은 바삭했다. 입 안에서 소스가 퍼지며, 어쩐지 출장의 피로가 조금 녹는 기분이었다.
“어때요? 맛있죠?
입안에 다코야끼를 가득 밀어넣은 후라 나는 말 대신 함박웃음과 손짓으로 대답..
여기 진짜 유명한 데예요. 미슐랭에도 나왔어요~”
나는 연신 웃었다. 그건 다코야끼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들의 말투, 거리감 없는 태도, 그리고 그 순간의 온도가
나를 웃게 만들었다.
도톤보리 아카오니 – 가게 정보
• 가게 이름: 難波たこ焼き 道頓堀 赤鬼
• 주소: 日本, 〒542-0076 大阪府大阪市中央区難波1丁目2−3
• 영업시간: 매일 11:00 ~ 20:00
• 가는 방법: 지하철 난바역 또는 닛폰바시역에서 도보 약 5분
(도톤보리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붉은 간판과 문어 모양의 캐릭터가 눈에 띄는 노점)
• 돈키호테 도톤보리점 근처, 관광객 밀집 지역에 위치
출장자의 시선 그날 밤,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포장해온 ‘아카오니’ 다코야끼와 편의점에서 산 캔맥주 하나를 꺼냈다.
원래는 숙소에서 먹을 예정이었지만,
바삭한 다코야끼에 맥주 한 모금—진짜 맛있었다.
일본에서는 전철 안에서 술 마시는 아저씨가 의외로 많다.
비추천이지만… 나도 그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출장 중이라는 사실도, 혼자라는 감각도 그 순간만큼은 잊혀졌다.
그런데 그때,

한 오사카 여고생이 내 옆에 다가왔다.
“아저씨~ 종점이에요, 종점!
술 작작 먹으라니까~ 진짜~
몸 버려요~”
능청스럽고 정 많은 말투.
잔소리 같지만, 어쩐지 따뜻했다.
그녀의 말투에서 나는 문득 한국시골의 구수함을 떠올렸다.
그리고 아내의 잔소리가 그리워 졌다.
여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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