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나고야 여고생
2025년 봄, 본사의 지시로 나고야 성 복원사업을 취재하러 급하게 나고야에 도착했다.
도쿄와 오사카 사이, 일본의 정중앙에 위치한 도시.
하지만 위치와는 반대로 일본 역사에선 언제나 어정쩡한 조연의 위치에 놓여있던 도시.
이런 저런 생각에 왠지 모를 감흥에 빠져 있던 나를 현실세계로 돌아오게 한것은
눈앞에 지나가는 너무나도 화려한? 세련된? 일본 여고생이었다.

짧게 접은 스커트, 반짝이는 스타킹,
그리고 무엇보다—결혼식이나 파티에나 어울릴 법한 머리 스타일.
컬이 들어간 사이드 번, 진주핀, 헤어스프레이로 고정된 앞머리.
나는 순간, 무슨 코스프레 행사라도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몇 블록을 걷는 동안, 그런 스타일의 일본 여고생이 계속 눈에 띄었다.
나고야의 일본 여고생들은 대부분 그렇게 꾸미고 있었다.
그건 단순한 유행이 아니었다.
그건 이 도시의 특유의 문화였다.

見栄張り(겉치레)의 도시 나고야
‘見栄張り’는 일본어로 “체면을 중시하고, 겉으로 화려하게 꾸미는 문화”를 뜻한다.
나고야는 이 단어와 거의 동의어처럼 쓰인다.
거리의 여고생들이 파티에 가는 듯한 머리 스타일을 하고,
결혼식은 전국 최고 수준의 연출로 유명하며,
소비 성향은 도쿄보다 브랜드 중심적이다.
그런 겉치레는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도시의 역사적 자존심과 연결되어 있다.
나고야는 일본의 지리적 중심지지만,
역사적으로 중심지가 된 적은 없다.
• 오다 노부나가는 나고야 출신으로 전국 통일을 추진했지만,
**혼노지의 변(1582)**으로 자결하며 그 꿈은 좌절됐다
• 에도 시대, 나고야는 도쿠가와 가문의 직할령인 오와리번이었지만
막부의 실권은 에도와 교토에 집중되었고
오와리번의 번주는 정치적 실권에서 밀려나거나 유배되었다
나고야는 통일의 출발점이었지만, 완성의 무대가 되지 못했다.
막부 권력의 그림자 속에서 숨죽이고 살아야 했던 도시였다.
그런 과거가,
지금의 겉치레 문화로 이어진 건 아닐까.
“중심이 되지 못한 도시의 자존심.”
그게 나고야의 見栄張り인지도 모른다.

세계의 야마짱에서, 벼르고 벼르던 테바사키
사실 이번 취재를 준비하면서부터
나는 이 도시의 명물 **테바사키(닭날개)**를 꼭 먹어보고 싶었다.
그중에서도 **‘세계의 야마짱(世界の山ちゃん)’**은
나고야 현지인들도 인정하는 테바사키의 대표 브랜드였다.
세계의 야마짱은 1981년 나고야에서 시작된 이자카야 체인으로,
창립자 야마구치 사장이 직접 개발한 테바사키 레시피가 입소문을 타며
현재는 일본 전국과 홍콩·태국 등 해외에도 진출한 인기 브랜드다.
시그니처 메뉴인 테바사키는
간장 베이스에 강한 후추를 더한 나고야 스타일 닭날개 튀김으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며 맥주와 찰떡궁합이다.
‘MORE’ 버전은 후추가 더 강해 중독성 있는 맛으로 유명하다.
매장 분위기는 전형적인 일본식 이자카야 스타일로
혼자든 단체든 편하게 즐길 수 있고,
사카에역과 나고야역 인근에 다수의 지점이 있어 접근성도 좋다.
세계의 야마짱 사카에 본점 정보
• 주소: 아이치현 나고야시 나카구 사카에 4-9-6
• 가는 길: 지하철 사카에역 12번 출구에서 도보 약 5분
• 영업시간:
• 월~금: 16:00 ~ 23:15
• 토요일: 15:00 ~ 00:15
• 일요일 및 공휴일: 15:00 ~ 23:15
• 결제 수단: 카드 및 QR 결제 가능
• 추천 메뉴:
• 환상의 닭날개(幻の手羽先) 5개 ¥660
• 미소 소스 꼬치카츠 ¥363
• 대만 야키소바 ¥825
출장 일정이 끝나자마자,
나는 지도 앱을 켜고 가장 가까운 야마짱 지점을 향해 걸었다.

벼르고 벼르던 순간이었다.
가게 안은 이미 술기운이 오른 샐러리맨들과
수다 떠는 일본 여고생들로 북적였다.
벽에는 “천하의 야마짱”이라는 문구와 함께
닭날개를 들고 있는 마스코트 캐릭터가 익살스럽게 웃고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나는
생맥주 한 잔과 테바사키를 주문했다.
그리고 몇 분 뒤,
윤기 나는 닭날개가 접시에 수북이 쌓여 나왔다.
첫 입.
겉은 바삭했고, 속은 촉촉했다.
짭짤한 간장 베이스에 후추가 강하게 들어간 양념은
입 안에서 맥주와 함께 폭발했다.
나는 순간,
“이건 과장이 아니라 진짜다”라고 생각했다.
나고야의 겉치레는 음식에도 살아 있었다.
화려하고, 강렬하고, 기억에 남는 맛.

사카이에서 삼겹살과 소주, 그리고 “나고야 최고!”
밤이 깊어갈수록 나고야의 거리도 더 화려해졌다.
나는 나고야 최대 번화가 **사카이(栄)**로 향했다.
사카이는 나고야시 중구에 위치한
중부지방 최대의 상업·문화 중심지다.
도쿄의 시부야, 오사카의 난바에 비견될 만큼
백화점, 클럽, 레스토랑, 국제 브랜드 매장, 디자인 거점이 밀집해 있다.
지하철 사카에역과 사카에마치역을 중심으로
오아시스21, 나고야 TV타워, 선샤인 사카에 같은 랜드마크가 모여 있고,
명치 시대 이후 나고야의 중심이 명역(名駅)에서 사카이로 이동하면서
관청, 금융기관, 극장, 전통료정까지 들어서며
**“나고야의 얼굴”**로 자리잡았다.
그 속에서 나는 뜻밖의 간판을 발견했다.

“韓国式ポチャ(한국식 포차)”
호기심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갔다.
작은 테이블, 철제 의자,
그리고 메뉴판에는 삼겹살, 김치찌개, 소주가 적혀 있었다.
나는 삼겹살과 소주를 주문했다.
지글지글 구워지는 고기,
김치와 함께 싸 먹는 한 입,
그리고 소주 한 잔.
그 순간,
옆 테이블의 샐러리맨이 잔을 들고 외쳤다.
“나고야 최고야~ 최고!!”
그 말이 어쩐지 진심처럼 들렸다.
화려한 거리,
강렬한 음식,
사카이의 네온사인까지—
모두가 이 도시의 마음을 말하고 있었다.
중심이 되지 못한 도시.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도시.
그게 나고야였다.
'일본 여고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곰도 안무섭다 -홋카이도 일본 여고생-폼생폼사-깡에 살고 깡에 사는 그녀 (1) | 2025.11.08 |
|---|---|
| 오키나와의 일본 여고생? 괜찮아유, 그리고 삼별초의 기억과 충청도의 여유 (0) | 2025.11.06 |
| 출장지에서 만난 일본 여고생들-오사카편,사탕주는 일본 여고생 (0) | 2025.11.04 |
| 전철에서 치한 될 뻔?! – 일본 여고생 갸루와 오코노미야끼를 먹게 된 사연 (1) | 2025.11.03 |
| 일본 여고생 – “여창 안니게요” (혼욕탕에서 들려온 어설픈 한국어) (0) | 2025.11.02 |